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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퇴피아 ② 퇴직자만 배불리는 수의계약
기사입력  2019/10/12 [18:13]   편집부

공기업과 공기업 퇴직자 간에 벌어지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국정감사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전 퇴직자단체인 ‘한국전력전우회(전우회)’의 관계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우회는 ‘제이비씨(JBC, 구 전우실업)’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 수십년 간 한전 용역을 싹쓸이했고, 이를 통해 수백억 원대 재산을 축적했다. 그럼 이 과정에서 덕을 본 사람은 누구였을까. 뉴스타파는 10월 9일부터 3일에 걸쳐 ‘악어와 악어새’ 관계와도 같은, 한전과 전우회의 수십년 공생관계를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주

연평도 포격이 있던 2010년 11월.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난 연평도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민간인들이 있었다. 한전이 소유한 연평도발전소에서 일하는 ‘제이비씨(JBC, 구 전우실업)’ 노동자들이었다. 제이비씨는 한전의 퇴직자 친목단체인 ‘전우회’의 자회사로, 한전에서 섬발전소 운영 등 각종 용역을 받아 운영되는 회사다.

제이비씨 직원들이 포격 당시 연평도를 지켜야 했던 이유는 ‘안보’ 때문이었다. 연평도에 주둔한 군부대가 한전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를 쓰기 때문. 발전소가 멈추고 제이비씨 직원들이 섬을 떠나면 군부대 운영이 곧바로 마비되는 상황이었다. 연평도에서 만난 한 제이비씨 직원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포격 당시 부대장님께서 그러셨어요. ‘우리는 전기가 없으면 전쟁을, 전투를 못 한다’고요. ‘제발 전기 좀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끔 도와주십시오’라고요. 당시에 저희 집 뒤에도 불이 나고 있었는데, 일단 어머니를 대피시킨 후에 저는 곧장 발전소로 들어갔어요.

신태근 / 제이비씨 직원(연평도 근무)

▲ 연평도에 위치한 한전발전소. 한전과 제이비씨 깃발이 태극기와 함께 꽂혀 있다.

연평도 포격 당시, 한전 직원들도 처음엔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군부대의 대피 방송이 재차 울리자 일을 하다말고 모두 섬을 떠났다. 남겨진 발전소 관계자는 제이비씨 직원들 뿐이었다. 한전 직원들은 섬을 떠나면서, 제이비씨 직원들에게 ‘대피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제이비씨에 현재 한전 도서전력실에서 오신 분이 본부장으로 계시는데, 그 분한테 우리 직원들이 물어봤어요. ‘우린 어떡하냐’고. 그랬더니 ‘연평도를 떠나라 떠나지 마라 말을 못 한다. 우리는 당신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그게 참 안타깝다’ 그러더라고요. 그때 만약 저희도 모두 대피했으면 어땠을까요? 과연 제이비씨가 계속 한전으로부터 수의계약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신태근 /제이비씨 직원(연평도 근무)

한전 용역회사 ‘제이비씨’, 서울 강남 등에 500억 원대 알짜 부동산 소유

한전의 퇴직자 친목단체 ‘전우회’의 자회사인 제이비씨는 수십년 간 한전과의 독점계약으로 막대한 자산을 쌓았다. 2004년 74억이던 자산은 지난해 784억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때도 자리를 지키며 발전소를 지킨 직원들의 처우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 최대봉 발전산업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제이비씨 소속 섬발전소 직원들의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섬에는 학교나 병원이 변변치 않아 직원들이 이중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택을 마련해 달라, 주거비를 지원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바뀌는 게 없었어요. 방 하나에 직원 6명이 사는 섬도 있습니다. 제가 제이비씨 사장에게 ‘사람이 개, 돼지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곳에서 사느냐, 사택이라도 지어줘라”고 항의한 뒤에야 컨테이너 주택이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대체 제이비씨가 그 동안 수의계약으로 쌓은 이득금을 어디에 쓴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대봉/발전산업노조 도서전력지부장(울릉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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