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각 세대 우편함마다 아파트 동대표 선출 선거를 시행한다는 안내문이 꽂혀있었다.

안내문에는 선거개요 및 선거방법이 게재되어 있었고, 총 3일에 걸친 투표기간의 1일 전부터 투표기간 둘째날까지 매일 저녁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전체 세대에 안내방송을 통해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는데, 동대표 선출 선거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투표방법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내문에 게재된 투표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3일간의 투표기간 중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현장투표’. 이번에 필자도 그랬지만, 점심시간을 희생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해서까지 아파트 동대표 선출 선거에 투표할 직장인은 기회비용 문제를 고려한다면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의 이번 경험처럼 전통적인 오프라인 선거 방식은 참여할 의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표가 가능한 시간이나 투표장소의 문제로 투표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현재는 고도로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투표 기술이 개발되었고, 이는 각종 공공단체의 임원선거, 국립대학교 총장선거, 정당의 당내경선·대표선거 등 많은 선거에서 사용되고 있다.

온라인 투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선거 방식과 달리 통신망으로 연결된 곳이라면 어디서든지 장소의 제약 없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투표시간으로 설정된 시간 중에는 언제든지 바로 투표할 수 있고, 선거에 필요한 투표용지의 작성 및 수송·보관에 드는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비록 온라인 투표 시행 초기에는 투표 결과 검증 및 보안 유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분산 컴퓨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관리 대상 데이터를 ‘블록’이라는 분산 데이터 환경에 저장함으로서 누구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 결과를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서 우리나라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법무부·행정안전부 등 여러 정부부처와 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공공기관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 사례를 보면 유럽의 에스토니아는 정부의 행정 서비스 대부분을 블록체인 시스템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공영역(각급 학교 및 공공기관) 대상으로 운영중인 온라인 투표 시스템인 K-Voting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어 기존 온라인 투표가 갖고 있던 편리성에 추가로 한층 더 보안성이 강화되었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생활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공공영역에서 온라인 투표를 신청할 경우 이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K-Voting을 이용할 수 없는 민간영역에서는 여러 민간업체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온라인 투표 이용도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지금까지 이야기 한 것처럼 온라인 투표는 기존의 오프라인 선거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이며, 도입 초 취약점으로 지적되었던 보안 문제도 기술 발전을 통해 대부분 해결되어 더 쉽고, 더 빠르고, 더 안전하게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온라인 투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일상생활에서 직접민주주의를 손쉽게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효능감을 얻어 각종 공직선거에 참여한다면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단양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