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사와 후손에게 죄악을 지을 것인가?
업체에서는 본 매립장을 설치하기 위해 여러 해 전부터 법률적 검토는 물론 전문가 용역을 통해 필요성, 안전성과 관련하여 많이 연구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청에서도 그간 늘 그랬듯이 법적 기준만 충족하면 가능한한 매립장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대책위를 비롯한 제천시와 단양군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반대활동을 체계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향후의 필연적일 법적 다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카르스트 지형과 폐기물 매립장과 관련된 외국의 사례, 논문 등을 확보하고 법률가, 전문가의 자문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주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본 건도 1∼2년 이내에 끝나가는 어려울 것이므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향후 환경청의 환경성 적합통보와 영월군의 군 관리계획 변경 등이 이루어지면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 다행히 작년 8월 환경청에서는 부정적 의견을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향후 업체에서 초안을 보완한 수정안을 다시 제출하면 원주지방환경청의 입장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몇 해전 단양군 매포읍 ‘영천리지정폐기물매립장’의 경우에도 업체에서 수정안을 서너번 제출한 끝에 결국 ‘환경성 적합통보’를 받아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본 쌍용양회의 산업폐기물 매립장 조성 사업이 성공할 경우 향후 인근의 다른 시멘트 업계에서도 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이 경우 환경청이나 시장·군수의 입장에서는 선례와 형평성으로 거부하기 어려운 면도 있을 수 있으므로 지금 힘을 모아서 선례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영월지역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 같다. ‘동서강 보존본부’, ‘쌍용양회 산업폐기물 매립장 반대 투쟁위원회’ 등 영월지역 시민단체는 “쌍용양회는 생계를 담보로 주민들을 선동치 말라. 사업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월군의회와 영월군은 아무런 입장표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본 산업폐기물 매립장 추진을 협조하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소식도 있다. 하류지역인 제천, 단양지역의 식수문제는 나몰라라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게다가 인근의 주민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친환경 매립장 조성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쌍용·후탄지역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10개 마을 주민의 75%인 1118명의 찬성을 담은 동의서를 영월군과 영월군의회에 전달하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석회암 지형 위에 조성한 매립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에 관심을 갖는다.
그간 전국적으로 매립장 예정지 인근 주민들은 ‘결사반대’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 곳은 ‘찬성, 협조’한다니 아주 이례적인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서도 그러는 것인지, 매립장 조성이 곧 지역발전인지, 산천이 더럽혀지고 비산먼지와 악취가 나도 괜찮다는 얘긴지 이해가 안 간다. 매포읍 영천리 지정폐기물 매립장의 경우에도 사업자 측의 주민 회유가 있어 민민갈등도 심각했었다. 어느 쪽이 정의롭고, 역사와 후손에게 죄악을 짓지 않는 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기록적인 폭우 등 기상이변도 가속화되는 추세이다. 한반도 역시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만약 수백년 후 이러한 재앙이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절리와 동공이 발달된 카르스트 지형이라 유독성 침출수가 산천과 지하수가 광범위하게 오염시킬 것이다. 어떠한 노력으로도 원상회복은 불가능하다. 제천, 단양은 물론 수도권까지 상수원이 오염될 것이다.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면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는 못난 조상, 부끄러운 조상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그러한 조상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환경청과 영월군은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부터 올바르게 접근해야 한다.영월군 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지역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으로 어느 길이 자손만대를 위하는 길인지 깊은 성찰이 필요할 때다.
* (下) "매포읍 영천리 지정폐기물 매립장 저지과정"은 4월 16일 게재합니다.